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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 호명사회, 명강의 Big 10 송길영 강연 후기

월터리 2024. 10. 3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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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고 이틀만에 완독해버렸다.

 

추천 : ★★★★★

장점 :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마인드마이너(Mindminer)' 송길영 님의 생생한 대한민국 현대인의 마음속 생중계.
기분이 안좋아지는 비소식을 전해주지만 동시에 우비도 챙겨가라는 말도 해주셔서 그렇게 우울해지지는 않는다.

단점 : 이 책에 단점을 느끼신다면 이미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계신 게 아닐까. 축하한다.

 

 

교보문고에서 주최하는 명강의 Big 10에 송길영님께서 강연을 한다고 하셔서 강연 신청을 했다.

신간을 내시고 책에 대해 강연하시는 거라 강연을 먼저 신청하고 책을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읽자마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줄을 치고 포스트잇을 붙여나갔다.

아주 당연하다고 느꼈던 일상의 현상 속에 있는 근본 원인을 지적하는

송길영 님의 인사이트가 나의 공감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다 읽고 나니 포스트잇을 붙이는 의미가 없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다.

 

다 읽고 나서 송길영 님의 강연을 다녀왔다.

아래 요약글은 책+강연+내 생각이 섞여 있다.

 

 

훌륭한 책만큼이나 훌륭한 강연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몰입해서 들었다.

 

 

1. 시뮬레이션 과잉

우리는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뉴스에서는 늘 사건 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고

SNS에서는 나보다 늘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쉽사리 발견된다.

 

뉴스를 보니 밖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고

SNS를 보고 나니 혼자 있는 가상의 세계에서도 

남과 비교해 나는 뒤쳐진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든다.

 

실질 세계는 그렇지 않음에도 정보 과잉으로 인해 우리는 쉽사리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시뮬레이션에 집착하게 된다.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해져 남들의 사례를 찾아보고

실제로 해보기도 전에 분석하고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오래 가져간다.

 

이 세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 [결혼 준비 체크리스트 D-180]이다.

꼼꼼하게 준비 잘하는 건 좋지만

어느 샌가 이 자료가 공공연하게 퍼지면서 이것을 다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답답함이 생긴다.

 

모두가 시뮬레이션 자체에만 몰입하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없고 최적화, 효율화에만 목숨을 건다.

 

추석 때 이를 아주 잘 나타낸 사건이 있었다.

 

네비만 따라 가다보니 어느 샌가 농로에 차량이 몰려 길이 막혔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모두가 '최소 시간' 설정으로 놓고 아무런 생각 없이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가자

한 곳에서 대다수가 몰렸고 정체가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이때 운전자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다만 이 현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너무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최적화, 효율성만 따지면 결국 한 곳에 몰려 정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정보 과잉'과 '시뮬레이션' 등 탐색 행위 집착하다 어떤 사람은 '분석 마비',

너무나 많은 정보때문에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2. 상호 경쟁의 인플레이션

최적화를 통해 단 하나의 목표에 쏠리게 되면 경쟁이 불꽃이 타오르게 된다.

마치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니 나뭇잎이 타는 것과 마찬가지 인 것이다.

 

과거 모두가 공무원 시험에 지원자들이 몰려들자 공무원 업(業)은 뒷전이고

오직 합격하기 위한 경쟁 자체만 치열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비정상적일 정도로 어렵고 맞추기 어려운 문제들이 출제되었고 그 하나를 더 맞추기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한길 강사가 공무원 시험문제를 보고 맹렬히 비난한 사건은 워낙 유명하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는 경쟁에 몰두하면

경쟁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경쟁에 드는 노력을 평가절하하게 된다.

"남들도 이 정도 하는데....."

"남들을 이기려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끊임없이 자신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경쟁의 끝은 결국 탈진과 번아웃뿐이다

 

경쟁의 인플레이션은 선발 시스템 하에서 발생된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뽑아줘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잘 보여야 하고

뽑는 사람도 경쟁이 몰리는 상황에서는 무리한 문제나 기준을 요구해서 사람을 뽑게 된다.

 

그러나 이제 선발 시스템에 몰락이 생기고 있다.

더 이상 선발 시스템은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하고 있고

조직의 이름을 달지 않고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아졌고

또 그곳에서 성공한 케이스들이 이제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조직에 속하지 않는 핵개인들이 등장한 것이다.

 

AI의 발전은 핵개인의 자립을 더욱 가능케 할 것이다.

 

3. 호오에서 자립을 찾다

AI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혼자서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세무사가 필요하고 법무사가 필요했던 일들이 혼자서 조금만 찾아보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조직에 속하지 않아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효율성은 AI에게 모두 맡기고 우리는 '방향성'에 집중할 때다.

 

'방향성'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를 알고 내 자신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면서 '축적'의 시간을 갖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송길영 님이 유튜브 강연에서 이렇게 얘기하신 바가 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고양이를 10년동안 관심을 갖고 길러보세요.

고양이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겁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아는 것이 자립의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본진'으로 삼고 '축적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업'으로 선언해야 한다.

 

 

4. 호명사회의 도래

사회는 점점 '유동화'와 '극소화'를 겪으면서 조직의 이름은 작아지고 개인의 이름이 커지고 있다.

 

유동화란 한 조직에서 자신을 평생 의탁할 수 없다는 생각이 퍼져 삶의 유동성이 빨라지는 현상이며

극소화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 만큼 타인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져 조직의 규모가 작아지는 현상이다.

 

호오를 통해 자립에 성공한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협업하면서 새로운 업무를 수행해나간다.

 

여기에는 어떠한 나이도 위계도 없고 자신의 결과를 자신이 오로지 만드는 그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자립한 그 개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인정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호명사회'다.

 

https://www.youtube.com/watch?v=0rb2MVZFNoY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감독상 수상하고 자신이 존경하는 감독들을 언급하는 장면이다.

마틴 스콜세지와 쿠엔틴 타란티노를 '샤라웃'하면서 모두를 감동시켰던 장면이다.

이것이 '호명사회'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각자가 자신의 호오에서 시작된 것을 각자의 자리에서 축적하고 전문성을 갖춘 후

'업계의 네임드'가 되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모습.

 

호명사회는 지금 이제 막 온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이미 와 있는 현실이 아닐까.

 

 

저자 사인까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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